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중국의 위화 작가의 <허삼관 매혈기> 라는 소설입니다. 위화 작가님은 중국의 유명한 소설 작가로 매번 노벨 문학상에 그 이름이 거론되는 아주 대단한 작가님입니다. 중국 현대사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의지를 탐구하는 작가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의 초기작은 실험적이고 잔혹한 리얼리즘을 담았으며 후기작에서는 서민의 삶과 인간성에 대해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허삼관 매혈기>의 경우 후기작이자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으며 허삼관이라는 남자가 사건이 있을 때마다 피를 파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소설 속 시대상
소설의 시대적 비경은 1950 ~ 70년대 농촌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그 시절 여성은 성적 자율권이 거의 없었고, 남성의 요구에 저항하는 것이 체면, 평판, 생존과 직결되어 있었다. 1949년에 신중국이 건국된 이후, 토지개혁과 사회주의 개조가 이루어지딘 시기였다. 주인공인 허삼관이 피를 팔던 시기가 딱 이때와 겹친다. 1958년 ~ 61년 대약진 운동과 대기근이 일어나는데 철강 생산 같은 무리한 정책과 자연재해로 2500 ~ 4500만명이 아사하기도 했다. 1966년 ~ 76년은 문화대혁명의 시기로 계급투쟁이 격화되고 이웃이나 동료들끼리도 의심과 비난을 주고받던 시기다. 1970 ~ 80년대는 개혁개방의 초기로 소설말미에 중국 사회가 점차 안정화되고 시장경제 요소가 들어는 장면의 시기와 같다.
피를 파는 남자
이 책의 주인공인 허삼관은 농촌에서 태어나 특별한 집안 내력 없이 자라게 된다. 그의 아버지는 병으로 죽고 어머니는 도망쳤다는 것 빼고 말이다. 소설에서는 그의 과거사에 대해 그리 자세하게 다루지 않고 약간의 설명으로만 제시한다. 피를 파는 시작은 그가 방씨와 근룡이와 함께 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허삼관은 피를 팔면 비싼 돈을 받는다는 말에 같이 가게 된다. 그렇게 해서 판 돈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결혼을 하겠다는 생각에 그친다. 그의 결혼 상대는 꽈베기 서시라고 불리던 허옥란. 하지만 당시 허옥란은 사귀던 남자, 하소용이 있었는데 허삼관은 그녀에게 찾아가 밥을 사주고 결혼하자고 한다. 그녀가 반대하자 그녀의 아버지에게 찾아가 그를 설득하고 결국 결혼하게 된다. 그리고 슬하에 세 아들을 두게 된다. 여러가지 사건을 통해 그는 계속해서 피를 여러 번 팔게 된다. 그에게 있어 피를 판다는 것은 희생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다. 처음 피를 판 것을 제외하면 그가 앞으로 피를 파는 것은 희생과 생존에 있다.

꽈베기 서시
허옥란은 허삼관의 아내로 출중한 미모의 소유자이다. 꽈베기를 튀겨 파는 일을 했는데 그녀가 꽈베기 서시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의 강압에 의해 허삼관과 결혼하게 되는데 그녀와 허삼관 사이의 아들 중 첫째인 허일락은 사실 하소용과 자신 사이에서 나온 아들이다. 일락이가 9살이 되던 무렵 동네사람들이 일락이가 하소용을 닮았다는 소문이 퍼짐으로써 이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다. 그 당시 여성들은 남성의 요구에 반박할 수 없었고 특히 성적으로는 더 그랬다. 그렇기 때문에 하소용의 손길을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추측이다. 그녀는 자신이 억지로 결혼했다는 사실을 은근히 밝히기 위해 허삼관에게 나와 결혼하게 된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녀의 마지막 발악이었을 수도 있다.
허삼관의 아들, 허일락
사실 아이에게 죄는 없다. 일락이가 하소용의 아들로 밝혀진 뒤에 자신의 계부에게도 친부에게도 무시를 당하게 된다. 그는 늘 아버지인 허삼관을 잘 따랐으며 자신의 어머니인 허옥란에게는 못되게 굴었다. 어찌보면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존경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허삼관이 친부가 아님이 밝혀지자 허삼관은 일락이를 무시하는 행동을 여러 번 보인다. 가뭄으로 먹을 것이 없어지자 옥수수죽만, 그것도 물을 많이 타서 묽은 죽만을 먹던 시기에 허삼관은 가족들을 배불리 먹이고자 피를 팔아 가게에 가서 국수를 먹고자 하는데 일락이에게는 돈을 조금 쥐어주며 고구마나 먹으라며 그를 두고 다른 가족들끼리 가게 된다. 허일락은 이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친부인 하소용에게도 가서 자신을 받아달라하는데 이마저도 거절당해 집에서 도망가게 된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다른 집 문간에 앉아 울고 있던 그를 허삼관이 발견하고는 그를 엎고 국수를 먹으로 가며 결국에는 허삼관이 일락이를 진정한 아들로 대한다.

허삼관의 불륜녀, 임분방
허삼관이 허옥란과 결혼하기 전, 그는 허옥란과 임분방 중에 결혼할 사람을 고민하다가 허옥란과 결혼하게 된다. 나중에 임분방은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된다. 그녀의 성격은 굉장히 차분하고 느린 행동을 보이며 순종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그녀가 수박껍질을 밟고 미끄러져 다리를 다치게 되는데 그녀의 직장동료였던 허삼관이 그녀에게 병문안을 가게 되면서 둘은 불륜을 저지르고 만다. 다리가 다쳐서인지 그녀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 허삼관을 받아들이는데 여기서 당시에 성적으로 반항할 수 없던 여성상을 잘 보여준다. 나중에 허삼관이 그녀에게 선물을 보내면서 그녀의 남편과의 갈등이 생겨 허삼관의 이미지가 실추되기도 한다.
가족과 사랑, 그리고 연민
작중에서 허삼관은 하소용의 아들을 9년이나 키웠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자라 대가리'라는 말을 듣는데 이는 당시 중국에서 최고의 욕이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도 정으로 키운 허일락을 쳐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결국에는 자신의 아들로 인정하게 된다. 그러면서 허옥란도 함께 용서하게 된다. 물론 허삼관도 불륜을 저질러 욕을 먹지만 그 또한 어떤 사건을 계기로 용서받게 되면서 진정한 사랑을 배우게 된다.
당시 중국은 신중국을 건국한 마오쩌둥을 거의 신으로 떠받드는 시대였다. 사회주의라는 신념하에 시민들을 이상하게 몰아가는 등 서로에 대한 의심이 커지던 시기로 자연재해와 무리한 발전으로 시민들이 힘들어하던 시기다. 작중에서도 이러한 것들을 잘 드러내며 삶의 희로애락을 보여주고 있다.

정으로 키운 자식
허삼락(막내아들)이 방씨네 막내아들과 시비가 붙자 서로의 형이 와서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이 때 허일락이 방씨네 아들의 머리에 돌팔매질을 하며 병원비를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이 때 허삼관의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며 하소용에게 내라고 하지만 하소용도 거부하며 곤란한 처지가 된다. 방씨는 허삼관의 자산들을 몰쑤해가고 고민 끝에 피를 팔아 돈을 갚게 된다. 또 결국 허일락에게 국수를 사주고 허일락이 간염에 걸려 죽기 직전에도 마을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고 피를 파는 등의 행위를 한다. 허일락을 거부하려해도 9년을 키우면서 어찌보면 한번도 일락이를 아들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듯 하다.
느낀 점
<허삼관 매혈기>는 당시의 시대상을 두고 보더라도 굉장히 인상적인 책이다. 서민들의 희노애락과 억압된 사회에서의 정서를 잘 다듬어 낸 것 같다. 가족과 사랑, 서민들에 대한 연민, 억압된 사회에의 분노를 아주 잘 표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때로는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르지만 어찌보면 그것을 용서하고 또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일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용서하지 못해 벌어지는 사건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너무 안타깝다. 가족끼리도 서로 죽이고 죽이는 상황도 많이 본다. 실제로 싸우거나 죽인다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후벼 판다. 그것 또한 살인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마치며...
태어나서 중국 소설은 처음 읽어 봅니다. 물론 이 책은 지금 듣고 있는 독서모임 강의에 이번주 지정도서라 읽게 되었지만 많은 것을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엄청나게 감정이 이입되거나 몰입되는 않았지만 가족에 대한 교훈은 분명히 남아 있습니다. 어쩌면 이 시대의 진리는 사랑과 용서, 그리고 믿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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