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입니다.

시작하며...
너무나 유명한 책입니다. 아마 다들 이름쯤은 들어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옛날에 우연히 보게 된 서프라이즈라는 프로그램에서 살인자들의 책으로도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비틀즈의 멤버였던 존 레논,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피살당했을 때도 살인자는 이 책을 읽고 있어다는 내용과 살해 현장에도 이 책이 있었다고 합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 이 책이 어떤 동기를 제공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방송을 제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몇 일 있다가 발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가 어떻게든 동심을 붙잡기 위해 동심을 지키고 현실과의 괴리와 싸우는 것의 연속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까워하며 봤던 것 같습니다. 심리학적인 접근으로 보아도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당시의 시대상
이 책은 1951년에 출간되었기 때문에 당시 시대상은 1940년대 후반 ~ 1950년대 초반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은 경제적으로 번영을 누리며 '아메리칸 드림'이 확산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동시에 급격한 도시화와 상업화가 진행되며 물질주의적 가치가 강해지고, 정치적 도덕 규범과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전쟁 이후 베이비붐 세대가 성장하면서 '십대'라는 개념이 대중문화 속에서 처음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교육 제도와 가정은 여전히 보수적이었고 성, 정신건강, 개인적 자유에 대한 솔직한 대화가 억압되어 있었다.
미국 사회에는 PTSD, 우울증 등 정신적 불안이 만연했고 이를 드러내는 일은 금기시되었으며 소설 속 무대인 뉴욕은 미국의 상업적, 문화적 중심지로 화려한 광고와 소비문화가 넘치는 현대적 도시의 대표였다.
주인공인 홀든의 나이는 16세로 고등학생으로 나오는데 이런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홀든이 책에서 느끼는 정서 불안들이 미국 사회의 이런 점들과 대립되어 나타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어른과 아이의 중간에 선 자, 호밀밭의 파수꾼
이 책은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가 직접 서술자로 나온다. 내가 본 홀든은 매사에 부정적이며 사회에 굉장히 불만이 많아 보였다.
거의 모든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이게 해석하고 말하며 '지겹다', '바보같다.', '미친것처럼' 등의 부정적인 단어들을 굉장히 많이 쓴다.
그런데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긍정적이게 표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자신의 여동생인 피비 콜필드였다.
콜필드는 내용 전반에 걸쳐 어른들의 세계를 비판하고 있다. 택시기사, 매춘부, 엘리베이터 보이, 선생들을 언급하면서 대부분의 표현에 있어 굉장히 부정적이게 표현하며 심지어 자신의 또래 친구들까지도 그렇게 표현한다.
이야기는 그가 펜시 고등학교에서 퇴학을 당하면서 시작되는데 아직 부모님에게 편지가 발송되기 전 그의 일탈을 담은 이야기이다.
그의 퇴학이 결정되고 더 이상 학교에 붙어 있을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그곳을 나와 방황하게 되는데, 정말 모순적인 모습들을 많이 보여준다. 그렇게 어른들을 증오하고 비판하면서 자신은 어른스러워지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술을 마신다거나 담배를 피우고 클럽을 가고 매춘부를 부르기도 한다. 물론 매춘부와 어떤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하여튼 그랬다.
그와 동시에 그는 동심을 지키고자 노력도 한다. 아이들을 미워하지 않거나 자신의 수중에 돈이 얼마 없는데도 흔쾌히 기부하는 등의 행동을 하며 어떻게든 '어른들의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완전히 그 세계에서 벗어날 때는 오직 여동생인 피비와 있을 때 뿐일지도 모른다.
불공평한 출발
우리의 인생의 시작은 공평한가?
책의 초반부에 홀든이 나름 의지하는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나오는 주제이다.
"인생은 시합이지. 맞아, 인생이란 규칙에 따라야 하는 운동 경기와 같단다."
이 말에 홀든은 '시합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시합은 무슨, 만약 잘난 놈들 축에 끼어 있게 된다면 그때는 시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축에 끼게 된다면, (중략) 그때는 어떻게 시합이 되겠는가?' 라고 생각한다.
홀든의 생각은 즉, 인생은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눈뭉치가 너무 깨끗해서 던질 마음이 나지 않았다.
버스를 타려고 친구를 기다리고 있던 홀든은 눈뭉치를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만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어딘가로 던질 작정이었다. 길건너편에 있던 차에, 소화전을 향해 던지려 했다. 하지만 눈뭉치는 너무 깨끗했다. 그리고는 던지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 눈뭉치는 버스기사가 밖으로 던리가 하기 전까지 더 단단해졌다. 기사에게 아무에게도 던지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만 기사는 그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어른들이란 좀처럼 나 같은 아이의 말을 믿지 않거든'
빨간색 사냥꾼 모자
책에서 빨간색 사냥꾼 모자가 자주 등장한다. 빨간색은 어쩌면 죽은 동생인 앨리의 머리색깔을 상징하기도 한다. 홀든이 모자를 쓸 때는 불안하거나 외로울 때였다. 어쩌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을지도 모른다. 작중에서 모자의 가격은 1달러 짜리로 거리에서 팔던 걸 사서 쓰고 다닌다. 종종 사람들에게 "이 모자 멋지지 않냐?" 라며 묻기도 하는데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은 다른 어른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계속해서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더러운 학교
홀든이 학교에 대해 표현한 말이 있다.
'학교란 이런 곳이다. 언제나 누군가가 발톱을 깎는 모습이나, 여드름을 짜는 모습 같은 것을 봐야 하는 그런 곳.'
홀든에게 있어서 학교는 더러운 곳이었다. 발톱을 깎는 모습이나 여드름을 짜는 모습은 학교 동창들의 모습을 두고 한 말인데 모두 더러운 행동들이다. 그런 행동을 보고 학교가 싫다거나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더럽다고 표현한 것은 나중에도 나오지만 그전에 다녔던 학교에서 교장이 잘 사는 집의 학생에게만 잘해주는 모습들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얼어버린 연못의 오리들
택시를 타고 가던 홀든과 택시기사와의 대화이다.
"연못이 얼면 오리들은 어디로 가는지 혹시 알고 계세요? 좀 엉뚱하기는 하지만 아시면 말씀해 주시겠어요?"
기사는 고개를 돌려 미친 사람 보듯 쳐다보며 말한다.
"지금 뭐하는 거요? 날 놀리는 건가?"
홀든의 이 질문은 첫 택시기사와 두 번째 택시기사 모두에게 질문한 내용이다. 심지어 또 물어보려 했지만 홀든은 택시기사가 답을 못해줄것을 알고 입을 다물었다. 나는 여기서 얼어버린 연못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얼어서 오리들이 살 곳이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그 오리들이 어디로 갔는지 홀든은 궁금했던 것 같다. 순수한 마음이 얼어서 더 이상 오리같이 자유로운 것들이 드러설 수 없다면 그 마음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변하는 것들 중 변하지 않는 것
어릴 때 자주가던 박물관에서 홀로 생각하는 홀든이었다. 박물관 안에 모든 것은 변하지 않는다. 전부 옛모습 그대로였다.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유일하게 달라지는 게 있다면 우리들일 것이다. 나이를 더 먹는다거나 그래서는 아니다. 정확하게 그건 아니다. 그저 우리는 늘 변해간다.(중략) 어떤 것들은 계속 그 자리에 두어야만 한다. 저렇게 유리 진열장 속에 가만히 넣어두어야만 한다.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잘 알고는 있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우리의 마음은 늘 변한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심지어 1시간 전과 지금도 다르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어릴 때 품었던 모든 것들을, 가령 꿈과 같은 것들을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변해버렸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우리가 어떤 큰 결정을 내릴 때나 무엇인가 하고자 할 때 분명 처음 먹었던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 '초심'을 우리는 잊을 때가 많다.
"죄 없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해준다거나 하는 일만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변호사가 되면 그럴 수만은 없게 되거든. (중략)
그러다 보면, 정말 사람의 목숨을 구해주고 싶어서 그런 일을 한 건지, 아니면 굉장한 변호사가 되겠다고 그 일을 하는 건지 모르게 된다는 거지."
우리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초심'은 무엇이었을까?
답을 정해 놓은 사회
대 정보화 시대가 되었다. 더 이상 답을 알기 위해 이것저것 찾아볼 필요가 없어졌다. 너무 많은 정보가 있기에 문제를 두고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질문 하나를 던지면 너무나 세세하고 친절한 설명들이 넘쳐난다. 1+1 = 2 일 뿐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재미없는 이야기를 해보고 나서야, 가장 재미있는게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는 거죠. (중략)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좋겠다는 거지요. 전 누구라도 신나게 이야기하는 게 좋습니다."
이제는 사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어졌다. 더 이상 그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쩐지 우울하다.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마치며...
굉장히 인상깊에 읽은 것 같습니다. 나름 발제할 부분도 신경쓰며 읽었던지라 거의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읽었는데 지난 과거를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우리의 자유로움과 창의력은 전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요? 이 책을 읽으며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도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은 더 이상 '놀이'를 하지 않습니다. 아예 안하지는 않겠지만 저의 과거보다는 확실히 줄었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답에 대해 어른들의 세계에 대해 저항하는 모습은 불행하게도 아주 암울해 보였습니다. 이제 더 이상 지켜줄 수 없는 것일까요?
'아이들이 황금의 링을 잡으려고 할 때는 아무 말도 하면 안된다. 그러다가 떨어져도 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아무 말도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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